시네마 테크에서 현정과 함께 영화를 봤다. 포르투갈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멋졌다. 줄거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영화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영상이 몹시 아름다워서 좋았다. 이미지는 낡고 색이 조금 바랜 듯했고 (89년도면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필름카메라로 찍힌 사진들 같았다.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어가는 여인. 높은 골짜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자들. 또 이쪽을 바라보는. 그 모습을 오래 비추며 천천히 멀어지는 카메라. 하얀 잠옷을 입은 채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소녀들. 그 주위에 난민처럼 바닥에 널부러져 자는 사람들.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언덕에 서서 시 같은 말을 읇고 있다. 해 뜨기 직전의 푸르스름한 빛은 동이 터오면서 따뜻해진다. 남자가 말을 마칠 때쯤 빛을 받아 반짝이는 ..
벌써 2주 전쯤, 비자 만료 시점이 다가와서 나는 비자클리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매싸이'라는 지역이다.버스로 여기서 치앙마이까지 3시간, 또 치앙마이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이다. 여행이라고 해봤자 국경 왔다갔다 해서 비자 받는데 두 세시간이면 충분하니까치앙마이에서 친구 집에 하루 있다가 당일 치기로 다녀올 생각이였다. 전에는 비자트립이라고 해서, 여행사에서 외국인들을 미니밴에 싣고 다녀오는 서비스도 많았던 모양이였다. 그래서 몇 군데 물어보았는데 전부 이제 안한다고 했다. 여기서 조금 불길했다. 작년부터 국경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비자를 연장하는 '비자런'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무비자로 90일 체류할 수 있는 ..
여름학교가 시작되었다. 축제기간과 겹쳐서 아이들이 많이 오지 못했다. 샨 언어를 가르치는 친구와 얘기를 많이 했다. 고3이니까 내 동생보다도 어린데 어른스러웠다.평화로운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다음주부터는 좀 힘들 것이다.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지만 한동안 부치지 못했다. '먼 곳에서 잘 버티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토닥토닥 해주자'는 내용을 반복해서 썼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였다. (짠내..) 스웨덴 지금은 어떨까. ㄴㅇ이는 아이슬란드도 여행할 거라고 했는데 참 멋질 것이다. 저번 주쯤 엄마 친구들한테 여름학교 후원을 해줄 수 있겠는지 여쭤봐달라고 했는데 엄마는 '그래 카톡창에 딱 올려놓기만 할거다.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엄마 친구 분들이 많이 기부해주셨다..
원래 음악 들을 생각이 없었는데 레진 웹툰 '미지의 세계'가 너무 재밌어서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이자혜 작가가 단편선과 선원들 음반에 코멘트 해준 것을 알게되었고 단편선과 선원들 노래 듣고나서 유튜브 링크 타고 들어가다가 장필순 노래를 발견 ("~~기절할 것 같아요." 이 부분 너무 좋다.) 예전에 이 노래를 처음 추천 받았을 때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다른 노래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쭉 들어보았다. 이 노래만 들어서는 목소리가 소녀스러운데 63년생이다. 80년대 중반부터 노래를 불렀는데 89년도에 첫 앨범을 냈다고 한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 느낌이 나면서도 매우 세련된 느낌이다. 보사노바 리듬이 인상적이다. 아빠한테 들려주면 좋아하실 것 같다. 이때의 보컬은 2002년도의 것보다 오..
1. 빠이는 2월 하순부터 불법 벌목과 산불이 합쳐져서 어마어마한 연기에 뒤덮여있었다. 밤에는 산이 불타는게 보였고 낮에는 하늘이 하나도 안보일 정도로 심했다. 공기도 안좋은데 덥기도 많이 더웠다. 잠시 치앙마이에 놀러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거기서 처음 만난 사람이, 4월 초순쯤 되면 비가 와서 연기가 걷힐 거라고 했다. 매해마다 그랬으니 비가 반드시 올거라고 확신했다. 음 기쁘게도 4월달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저께 조금씩 떨어지더니 어제는 비가 많이 왔다. 별 것도 아닌 일이지만 아침에 날씨가 믿을 수 없이 상쾌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출근길에 느껴지는 선선한 기운이 좋았다. 내일은 쉬는 날이기도 했다. 어제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지만 오늘은 괜찮을 것..
다들 한국에서 봄을 잘 보내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몇몇 사람들께 알리기도 했지만, 저는 아직 태국에 있네요. 지금은 소수민족의 교육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태국에 상당히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치앙마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동안 종종 태국 소수민족들의 모습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책에서 몇 줄 읽었던 내용과 박물관의 자료화면 속의 모습, 관광객이 붐비는 시장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 제가 아는 전부였지만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던 친구를 만났고, 산간지역에 살고 있거나 버마로부터 피난 온 많은 소수민족들은 제대로된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과 인권침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13년 여름은 태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던 해였다. 1.오후 수업이 있던 건물에서 내려다보였던 풍경 Silapakorn 대학교 (มหาวิทยาลัยศิลปากร วิทยาเขตพระราชวังสนามจันทร) 2.단체로 호텔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물론 그다지 호화로운 호텔은 아니였다. 하지만 한 방에 둘이서 지내기에 충분했고 이 방에서 같이 지냈던 언니와 많이 친해졌다. 서로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음에도 이상하게 우리는 잘 맞았던 것 같다. 넷잉여인 내가 인터넷 유우머를 알려주면 언니는 신기해하면서 꺄르르 웃었다. 그 방에서 맥주 마시면서 뒹굴거리고, 과제하고, 식중독에 걸려서 사이좋게 앓아누웠다. 수업가기 전에 팁을 조금 더 놓고 가면 꽃병에 장미가 꽂혀있다. (보통은 비어있음) 베란다에서 보이..
오늘 edible jazz bar에서 들었던 노래. 가사가 쉽고 명료하면서도 정말 감동적이다. "I've got life and nobody's gonna take it away" Nina Simone-Ain't Got No, I Got Life I ain't got no home, ain't got no shoes Ain't got no money, Ain't got no class Ain't got no skirts, Ain't got no sweater Ain't got no perfume Ain't got no bed Ain't got no mind, Ain't got no mother Ain't got no culture Ain't got no friends, aint got no scho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