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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태국

0411-0421 고생대장정 1

엔키ㅋ 2015. 4. 25. 22:56



벌써 2주 전쯤, 비자 만료 시점이 다가와서 나는 비자클리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매싸이'라는 지역이다.

버스로 여기서 치앙마이까지 3시간, 또 치앙마이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곳이다. 

여행이라고 해봤자 국경 왔다갔다 해서 비자 받는데 두 세시간이면 충분하니까

치앙마이에서 친구 집에 하루 있다가 당일 치기로 다녀올 생각이였다. 

전에는 비자트립이라고 해서, 여행사에서 외국인들을 미니밴에 싣고 다녀오는 서비스도 많았던 모양이였다. 

그래서 몇 군데 물어보았는데 전부 이제 안한다고 했다. 


여기서 조금 불길했다. 

작년부터 국경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비자를 연장하는 '비자런'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무비자로 90일 체류할 수 있는 한국인이 주된 단속 대상이 된 듯 했다. 

그래서 불안하긴 했지만 1년 전에 비해 많이 완화된 것 같았고 

최근에 매싸이 국경에서 무사히 비자클리어를 했다는 사람들 경험담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입국할 때 비이민 비자를 신청해서 받았으니까 (=불법 비자런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코디네이터도 여태까지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었으니까 걱정 말고,

너는 매싸이로 가는 게 시간도 돈도 절약될거라고 했다.  


별 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에서 차편을 예매하려고 했는데 매진이였다.

송크란 기간과 겹쳐서 일찍 매진된 것이다. 

하지만 친구한테 부탁해서 우여곡절 끝에 표를 구했다.  

토요일 낮에 친구집에 도착해서 잘 쉬고, 고양이 카페도 다녀왔다. 

앞으로 닥칠 고생길에 대해 모른 채로 태평하게... 

보통 이런 여정은 여러 명이서 같이 가던데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6시 차라서 매우 일찍 일어나서, 5시 반쯤에 성태우를 탔다.

150바트나 지출했다. 


차를 탔는데 에어콘 바람이 너무 세서 추웠다. 

이런게 싫어서 보통 천쪼가리나 가디건을 챙겨다니는데 없었다.

차 안을 둘러보니 소매없는 옷을 입은 사람은 나 뿐이였다. 

자리가 맨 앞좌석이였는데 버스 기사와 버스 안내원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치앙라이 쯤을 지나는데 맙소사... 비가 몹시 많이 내렸다. 

짜증과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 이 모든게 복선 같은 것일까 싶기도 하다.... 

도착했을 때 쯤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터미널에서 15바트를 주고 미얀마 국경 (타찌렉)으로 가는 성태우를 탔다. 

출입국 심사대는 거대한 문 처럼 생긴 구조물 안에 있었다. 

양 옆으로 상점이 쭉 들어서 있고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을 통과하고 다리를 건넌 다음 미얀마 국경으로 입국해서 시장을 조금 둘러보다가 다시 매싸이로 입국! 

이것이 나의 계획이였다. 


그런데 제지 당했다. 

비자런 하는 것이 아니고 나는 한국에서 합법적인 비자도 받았다고 했는데 

뭐 때문인지 그 자원봉사자 비자가 무효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입국할 때 스탬프가 찍혀있어야 하는데 다른 페이지에 도장이 찍혀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3개월 동안 관광객으로 분류되어있었고 

비자런 단속 정책은 관광비자(또는 무비자)로 허용된 기간만큼 체류한 사람이 

다시 관광비자로 비자클리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 잘못이 아니고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길이 없다, 나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받은 비자가 있다.고 

나름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고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함)

비자 만료일까지 사흘 남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육로로 라오스 국경을 넘어서 비자클리어 하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것도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등으로 머릿 속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사실 그러기 전에 거절 당한 것이 당황스럽고 서럽고

혼자 겪는 상황이 막막해서 막 눈물이 나왔다. 

그 와중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부끄러웠다.

 

어떻게 되든지 라오스로 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사실 비행기로 주변 국가를 다녀오는게 더 안전하긴 할텐데 당장 돈도 없고 

기관에서 지원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출입국 직원들도 라오스나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새로 만들라고 했다.

그래서 수도 비엔티엔으로 떠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려면 당장 다음날이나 다다음날에 가야하는데, 이것도 머리가 아팠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니 12시 반 쯤 되었던 것 같다.

돌아가는 차편 시간을 앞당기고 싶었는데 만석이라 안된다고 했다. 

아 존나 되는 것이 한 개도 없구나...

하지만 핸드폰으로 가는 방법 검색하고 멍 때리다 보니 시간은 잘 갔다.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차표는 좀 더 비싼 것을 끊어서 편했다. 

조용하고 좌석도 넓고 과자도 줬다. 

dvd도 틀어줬는데 (태국영화) 정말 시끄럽고 노잼이라서 고통스러웠다. 

창 밖으로 해가 지는 모습과 어두컴컴한 풍경이 지나갔다. 

사실 요즘 좀 힘들긴 했는데 안되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까 

그런 생각과 동시에 두고 온 내 물건들과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떠올랐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생각났다. 

솔직히 아이들 한 명 한 명 다 아끼는 것도 아니고 개중에는 밉상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무슨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하고... 

심지어 마지막 수업은 엄청 망했는데......

그런 생각들로 차 안에서 잠들지 못했다.

그래도 금방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은 되지만 괜찮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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