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학교가 시작되었다. 축제기간과 겹쳐서 아이들이 많이 오지 못했다. 샨 언어를 가르치는 친구와 얘기를 많이 했다. 고3이니까 내 동생보다도 어린데 어른스러웠다.평화로운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다음주부터는 좀 힘들 것이다.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지만 한동안 부치지 못했다. '먼 곳에서 잘 버티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토닥토닥 해주자'는 내용을 반복해서 썼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였다. (짠내..) 스웨덴 지금은 어떨까. ㄴㅇ이는 아이슬란드도 여행할 거라고 했는데 참 멋질 것이다. 저번 주쯤 엄마 친구들한테 여름학교 후원을 해줄 수 있겠는지 여쭤봐달라고 했는데 엄마는 '그래 카톡창에 딱 올려놓기만 할거다.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엄마 친구 분들이 많이 기부해주셨다..
0624 어제는 아침에 한남동에 비자를 받으러갔다. 스콜처럼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 내렸고 다시 해가 났다가 또 천둥번개가 치는 등 엉망이었다. 하루에 여러가지 사건이 있던 날이였다. (물론 소소한) 여러사람과 엮이면 대체로 그 날은 다채로와지는 것 같다. 좋은 의미든, 나쁜의미이든지. 될 수 있으면 이제부터 좋았던 것 위주로 남기려고..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 영어로 다정한 멘션을 남겼다. 그것을 읽다가 역을 지나칠 뻔했다. 음. 나는 언니들이 좋다. 좋은 언니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그들에게도 좋은 동생일까? 내가 그렇게 다정한 언니는 아니라는 건 알겠다. 예전부터 언니들과 친하게 지내면 내가 또래보다 성숙한 것 같은 기분+ 챙김받는 것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노동을 통해 내가 얻은 것 돈. 200만원 좀 넘게 저축. 회화 실력이 늘었다. 태국인 친구가 생겼다 (한 명은 혼자 만나기 좀 부담스럽지만 ) 최저임금에 가까운 시급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 노동계약서를 꼭 쓰고 주휴수당을 주는지, 10시 이후에도 일 시키면 야간수당을 꼭 받아내야 한다는 지식 똑같이 적은 돈을 받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것'이 낫다. 규칙적인 생활의 소중함 출퇴근 하는 동안 글을 많이 읽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실망-과 그것이 어디에든 있다는 사실 재미없고 소름끼치게 의미없이 느껴지는 일들을 매일매일 해내야 한다는 사실- 그것으로 인해 일상이 유지된다는 깨달음. 설거지, 청소, 숙주 꼭대기따기, 화장실 휴지통 비우기 잡일
Owen Pallett- Lewis Takes Off His Shirt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의 끝이 항상 버거워질 때, 더 이상 '좋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우울해졌다. 도토리가 그랬고, 지금하는 생활도서관 활동도. 지금은 진로고민이 겹쳐서 더 심란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라도 항상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였다. 그런 느낌이 들 때는 끝이 아니라 연속되는 과정의 한 부분일지도 모를 일이였다. 다음 학기에는 다른 것을 찾아 떠날테지만, 그래도 지금은 버겁다고 해서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 그렇게 약속하기로. 너무너무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