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테크에서 현정과 함께 영화를 봤다. 포르투갈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멋졌다. 줄거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영화였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영상이 몹시 아름다워서 좋았다. 이미지는 낡고 색이 조금 바랜 듯했고 (89년도면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필름카메라로 찍힌 사진들 같았다. 입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어가는 여인. 높은 골짜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자들. 또 이쪽을 바라보는. 그 모습을 오래 비추며 천천히 멀어지는 카메라. 하얀 잠옷을 입은 채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소녀들. 그 주위에 난민처럼 바닥에 널부러져 자는 사람들.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언덕에 서서 시 같은 말을 읇고 있다. 해 뜨기 직전의 푸르스름한 빛은 동이 터오면서 따뜻해진다. 남자가 말을 마칠 때쯤 빛을 받아 반짝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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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19.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