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도 더 되어서 가물가물하다. 인상적이였던 말들을 간단한 메모식으로 기록해놓았는데 좀 정리하고자 한다. 1. '집중' 과 '관찰'에서 오는 시.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초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짧은 순간을 깊이 관찰해서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걸 뜻한게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슬픔이 없는 십 오초'도 그렇게 탄생했다고.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죽은 식물과 동물의 냄새가 내 얼굴에 배어 있다 조금만 햇빛을 쬐어도 슬픔이 녹색플랑크톤처럼 나를 덮는다 - 인공호수, 진은영
때로 낭만주의적 지진아의 고백은 눈물겹기도 하지만, 이제 가야만 한다. 몹쓸 고통은 버려야만 한다. 한때 한없는 고통의 가속도, 가속도의 취기에 실려 나 폭풍처럼 세상 끝을 헤매었지만 그러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파악할 수 없는 이 세계 위에서 나는 너무 오래 뒤뚱거리고만 있었다. 목구멍과 숨을 위해서는 동사만으로 충분하고, 내 몸보다 그림자가 먼저 허덕일지라도 오냐 온몸 온 정신으로 이 세상을 관통해보자. 내가 더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내가 더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혹 내가 피어나리라. - 이제 가야만 한다, 최승자
0215영풍문고에서 진은영 시집을 샀다. 대형서점 한귀퉁이에 책장 두 칸 정도 차지하고 있는 시집들. 다른 곳에도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책장 두 칸.. 조금 안쓰러웠다. 다음에는 이런 데 말고 책방을 찾아서 가야겠다.나도 시집을 사서 읽는 것은 처음이라서, 끌리는 사람 것을 살까하다가 그냥 진은영을 골랐다. 첫 페이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대학 시절, 성수동에서 이대 입구까지 다시 이대 입구에서 성수동까지 매일 전철을 타고 가며 그녀를 상상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사이, 만약 당신이 앉아 있다면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에게 0216 내일은 그림을 배우러간다. 두근두근 스케치북, 붓펜 그리고 '연필 모양의 콩테'를 샀다. 검은색이 없어서 진한 갈색을 샀다. 러쉬에 들..
이제니의 아마도 아프리카 시집 읽다보면 시규어로스가 생각나고 시규어로스를 듣다보면 아마도 아프리카가 생각나고 세계는 물결치고 있었다. 어떤 마음이 어떤 마음에게로 흘러가고 있었다. 물결은 춤추는 자에게는 흔들리고 분노하는 자에게는 흩어진다. 감정이 들끓는 것은 나무 밖의 일이다. 사건은 언제나 나무 밖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무는 나무로만 서 있었다. .구름의 바람은 나무가 되는 것이었다. 나무의 바람은 구름이 되는 것이었다. 바람의 바람은 바람이 되는 것이었다.나무의 구름이 바람이듯이, 바람의 나무가 구름이듯이. 세계는 너의 마음 속에서 작고 넓다. 녹색 그늘 아래에서는 더 작고 넓다. 나무의 구름은 바람 곁에서, 바람의 나무는 구름 아래에서, 구름의 바람이 나무를 스쳐지나간다. -이제니, '나무,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