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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사당동

엔키ㅋ 2014. 5. 9. 16:26

사당동 더하기25 


'맨몸'으로 산다는 것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노동뿐이었다. 노동 빼고는 맨몸으로 돈 만드는 일은 노름, 외상, 빚 얻기 그런 것이었다. 

옛날 사당동에서 일 나가지 않을 때 동네에서 모여 앉아 하는 일은 대체로 소액을 놓고 화투를 치는 일이었다. 

.... 

덕주 씨한테 대포차 같은 범죄 행위도 아니고 곗돈을 부은 것도 아닌데 목돈 200만 원이 굴러들어 온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들에게는 이러한 종잣돈이 될 수 있는 목돈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종잣돈을 만드는 방법이 사당동 때는 화투짝과 노름이

었다면 이제는 복권이 된 것이다. 화투나 윷놀이나 카드놀이 등의 돈내기가 팀이 있어야 한다면 로또는 혼자 하면 되는 것이

다. '내기'(배팅)도 개인화된 셈이다. 이 점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셈이다. 

...

대포폰이나 대포차 모두 "주민 등록증만 있으면 즉시 돈을 받을 수 있다" 는 말에 돈이 궁한 가진 게 몸밖에 없는데 노동력

만으로 생계유지가 힘들게 되었을 때 '명의를 빌려주고 수입을 얻는 일'은 생존의 마지막 그리고 가장 쉬운 수단인 것이다. 


가난의 두께: 성 사랑 결혼 가족

빈곤층 여성들에게 가난한 가족으로부터의 피난처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다시 가난의 덫이 된다. 사랑에 빠져 집을

나오는 이야기는 이 계층의 여자들한테서 되풀이해서 듣게 되는 이야기다. 

...

가난한 동네에서 엄마들이 가출한 이야기도 수도 없이 많았다. 이들이 사랑 때문에 가출하는 일은 10대나 20대에만 일어나

는 일이 아니라 생의 주기에 관계없이 일어난다. 가난하고 구질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대 때 남자를 만나 바로 '그들만

의 방'을 갖고 동거에 들어가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곧 임신해서 아이를 낳거나 유산을 되풀이하다가 헤어지거나 아니면

사실혼 관계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살다가 남편 수입도 시원찮고 아이들이 조금 크면 부업을 시작한다. ... 새로운 '사

랑'을 만나면 곧바로 따라나선다. 이들의 연애 각본은 곧 이들의 빈곤 회로의 일부다. '이런 사랑'이야기는 사람 이름만 바꿔

놓으면 될 만큼 각본이 거의 같다.


'빈곤 문화'의 조건 

 

  오스카 루이스 1961년 <산체스네 아이들>에서 '빈곤 문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빈곤 문화는 미국 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은 정치적 학문적 논쟁을 촉발했다. 그가 찾아낸 빈곤 문화의 속성은... 잦은 폭력, 역사의식의 결여, 

미래에 대한 계획 부족, 낮은 동기 부여, 약한 직업윤리, 약물, 알코올 중독, 혼전 동거, 성 문란, 도박 등등 . 그리고 이러한 

속성들은 빈곤 재생산을 설명하는 변수가 된다. ...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을 설명하는 '문화적 요인'이 아니라 그러한 

문화를 가져오는 구조에 주목하게 되었다. 빈곤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 있을 뿐이며 가난을 설명하는 데 가난 그 

자체만큼 설명력을 가진 변수는 없다. '가난의 구조적 조건'이 있을 뿐이다. 

...

 아이들은 늘 엄마 아빠가 싸우고 엄마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아빠 또 한 술 먹고 들어와서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때리는 일을 일상처럼 경험한다. 술과 폭력은 이곳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가장 빈번하게 만나게 되는 현장이다.

... 

 금선 할머니 가족이 빈곤 문화 때문에 빈곤해졌다고 할 수 없다. 적어도 그들 가족의 빈곤의 출발선은 아니다. 빈곤의  출발

선을 할머니로 삼을 경우 할머니의 생활양식에는 빈곤 문화로 꼽히는 절제 없음, 알코올 중독, 게으름... 심지어 성적 문란 

그 어느 것 하나도 해당되지 않았다. 할머니의 빈곤의 시작은 한국 전쟁이었고 월남해서 집도 남편도 없는 상황에서 세 살,

여덟 살까지 아이를 데리고 혼자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스물여덟 살의 여성 가장에게 아무런 '과부 대책'이 없었을 뿐이다.

할머니는 온갖 형태의 장사를 했고 암시장에서 장사하는 '불법'을 저질러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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