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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회에서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이렇게 연대 발언한 적이 있다.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이 장애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진짜 장애인은 독재자 전두환 같은 자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독재자 전두환이라는 용어와 "장애인"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같이 비유될 수 있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한다는 진보적인 분들의 입에서조차 아무런 감수성 없이 쏟아져 나올 때 정말 아득했다.
"진짜 장애인, 가짜 장애인, 정신 나간 사람, 병신, 애자, 찐따, 불구자, 절름발이,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장애인을 부르는 그 명칭은 무수하고 그 용어에 따라 수많은 곳에서 욕으로, 시혜와 동정의 언어로, 비난과 비하의 말로, 혐오와 분노의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UN 국제 장애인 권리 협약에 가입한 나라라고 한다. 이전에 비해 장애인 인권을 떠들어 대고 있는 추세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주류 사회는 뼈 속까지 장애인이 지닌 장애를 비하하고 그 존재 자체가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략)
가끔 집회에서 사회자가 나를 소개할 때 내가 활동하는 단체 이름인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가 다소 길어서 '전국 장애인 철폐 연대'라고 말하곤 한다. 보통은 그것을 실수라 생각하고 웃으며 넘어갔다. 하지만 어쩌면 비장애인 중심의 이 사회에서 정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철폐하려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 곳곳에 새겨진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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